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간체를 얻다


:‘내간체(內簡體)’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안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간체란 무엇인가. 내간체라는 뜻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간체란 한국의 고전 문체로, 순 한글로 여성들의 편지에서 주로 나타나는 문체라 한다. 뜻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내가 내간체(內簡體)를 닮은 아름답고 고귀한 송재학의 시들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참 어렵고 어려웠다. 이해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 시들이 아름답구나’하는 느낌은 분명히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집에서는 내간체와 같은 문체로 시어로 표현할 수 있는 무수한 존재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송재학은 이 시집에서 죽음을 한 삶으로 생각하여 죽음을 지나치지 않고, 세세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의 연장선을 그리며, 죽음도 사랑하려 애쓰는 이의 모습이 실로 놀라웠으며 삶은 살아있는 형태로도 말할 수 있지만 죽어있는 형태로도 포함한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었다. 이런 부드러운 문체로 자연스럽게 깨달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왠지 다른 ‘낯섦’이 느껴지는 듯하다이 시집에서 인상 깊었던 시를 몇 개만 추려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늪의 내간체를 얻다>, <소리책>, <눈물>, <갈대>, <자두밭 이발소>, <징>, <목성의 보호>, <달>, <쓸쓸한 우물이다>, <슬픔의 식구> 총 10편이다. <늪의 내간체를 얻다>는 이 시집에 시들을 통합할 힘을 가지고 있는 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문자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처음에 이 시를 만났을 때는 익숙한 문자들이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웠고, 사실 지금도 깊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가 지금 이 시대에 쓰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이 시를 이해하고, 감명받을 수 있었다. 그의 시야는 넓었다. 살아있지 않은 존재한테도 살아있음을 부여하고, 또한 죽음도 부여했다. 지금 이 시대에 죽어가는 문자들의 등장은 우리에게 낯섦과 동시에 왠지 모를 고귀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는 시인으로서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문자를 통해서 의사소통과 감정을 전할 수 있다. 시인에게 문자가 없음은, 결국 시인이 없음을 뜻한다. 송재학은 이런 문자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나는 이렇게 느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이 이 시를 보신다면 더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리책 > 은한국십진분류는 700 언어편이지만 다시 미세 뼈가 분류한 숫자는 799. ‘비와 물고기의 소리편’입니다 그렇게 능화판 호접장 소리책 한 권이 만들어졌습니다 나 역시 오늘 가진 소리 죄다 꺼집어내어 만어사 책방에 보시하였습니다 그는 미세하다. 이제는 소리까지도 만든다. 소리책이라. 제목부터가 시선을 끌었다. 책에게 다양한 소리를 부여하여 생동감이 느껴져 재밌었다. 신선하고 운율이 느껴져 리듬감 있게 시를 음미할 수 있었다. <눈물>은 일생의 눈물양이 일정하다면 이제부터 울음은 눈물 없는 외톨이가 아니겠는가그 울음이 오십년 쯤 장기저축되어 지금 외할머니 주검에 미리 헌정된 것을 이제야 알겠다 이 <눈물>이라는 시를 읽을 때만큼은 내 몸이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건조해지는 이 날씨에 피부는 트고 난리인 와중에도 말이다. 눈물이라는 존재를 깊게 들여다보며 눈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려 하는 그의 자세에 한 번 놀랐고, 서정적인 문체에 또 한 번 놀랐다. 눈물 없는 외톨이라는 표현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 보편적인 단어의 조합이었지만, 누구나 이렇게 그처럼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저축되어 미리 헌정된 것을 이제 알겠다는 시어는 유쾌하기도 하면서 울림을 주었다. <갈대>는 아프다 못해 잘린 팔의허공이 가렵듯 아버지에게 매달려던 수많은 내 오른손은 이제 잡아야 할 아버지 없어 연신 가렵고 아프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불러보는, 기계충처럼 솎인 갈대가 외치는 짐승의 음성이 여리고 목쉰 것도 그 때문이다 아버지를 갈대로 비유하여 아버지의 부재를 갈대로써 채움으로써 느껴지는 감성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에 갈대가 바스락 흔들릴 소리를 짐승의 음성의 여리고 목쉰 소리로 표현한 것은 화자를 잘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상처가 아물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아 계속 잊으려 할 때마다 간지럽고, 간지러워서 긁어 아플 것이다. 이 사실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말이다. <자두밭 이발소> 자두비누 자두샴푸에두피까지 시원한 이발이다요금도 없어 외려 자두 한 움큼 받아오니밀레의 만종이 반가운 금성이발 문 열었네 염색 꼭 하세요아내의 신신당부와 함께일요일마다 자두잼 바른 빵 먹고이슬바심 이발하게 되었네금성이발 문 열었구나 자두밭 이발소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나도 귀여워 눈길이 가든 시였다. 자두의 풍성함이 느껴져 읽는 내내 달콤했고 시원했다. 자두밭 이발소라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귀엽다. <징>은 울음에는 두터움과 얇음이 있고울음에는 쟁쟁함과 우람함이 있으며문득 높낮이의 좌우와 상하를 숨길 수 있어야징헌 날숨과 들숨의 아퀴를 맞추지멧자국이 은은하도록 더 두들겨 맞으면서 이제소리는 저 자신을 두들기는 징징 소리로부터 목청 튀우면서통성음을 득음하는 거지온몸이 애타면서 바스라지면서온몸이 울음이 되면서그제서야 맑은 동심원 속으로 들어간다 담담함과 그 속에 숨겨진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였다. 여기서도 드러나는 송재학의 시의 특징은 세밀함이다. 울음을 그냥 울음으로 두지 않고 울음을 두터움과 얇음, 쟁쟁함과 우람한 것으로 나눈다. 겹겹이 뜯어지는 울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징의 소리를 들인지는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징과 북과 같은 소리는 한가지 소리가 아닌, 여러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친다고 다 같은 소리는 아니다. 더 나아가 그는 울음 안까지 들여다본다. 참 세밀한 시인이다. <쓸쓸한 우물이다>는 우물이 있다슬픔의 발원지이다우물 밑바닥에서 위염처럼 끓어오르는 부유물 때문에탁하디탁하다 그게 무언지 알 수 없지만내 안에서 위태로운 생이니까차라리 우물을 허물어 쉬게 해주고 싶어라 모두 들 우물 하나쯤은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는 슬픔의 발원지로 ‘우물’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송재학은 우물에 슬픔을 가둬 슬픔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내 안에서 위태로운 생이라는 것은 너무 내 안에 슬픔을 품고 있으면 슬픔이 병들고 아플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지 짐작해 본다. 차라리 우물을 허물어 슬픔을 놓아주고 싶다고 한 화자는 수리부엉이의 날갯짓을 들으며 슬픔의 자유로움을 상상할 것이다. <슬픔의 식구>는 슬플 때 나를 위로하는 건 내 몸이 먼저다미열이 그 식구다 어깨도 등도 치자꽃 가득 핀 슬픔의 악보여 이 시에서 그는 슬플 때 피어나는 모든 아픔을 슬픔의, 나의 식구라고 표현한 점이 신선하고 재밌는 발견이라 할 수 있다. 피어날 대로 피어나 슬픔의 악보를 만들어 또 다른 소리라는 것을 만들어낼 슬픔은 참 무한한 존재라고 느껴지게 한다. 이런 시들 외에도 특이한 점은 송재학은 지나치고 싶은 존재들은 꺼내보고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나는 슬픔의 시들에 더 집중했지만 슬픔으로 더 나아가 죽음과 관련된 시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소금장, 붉은장, 나무장이 이를 잘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런 것들을 하나로 보지 않고, 각각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며,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가졌으며,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글솜씨를 가졌다. 이러니 그는 시인이 정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문학동네 시인선」이 새로이 나왔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칠만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이 시리즈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을 높인 시집을 제공하고, 시인들에게 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내간체를 얻다 는 문학동네시인선의 출범과 함께 출간된 시집이자 올해로 데뷔 25년을 맞은 송재학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죽음을 본다. 그것도 그저 바라본다. 죽음이 죽음의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뼈다. 뼈 너머의 가계다. 가계 너머의 내력이다. 시인이 왜 하필 ‘내간체’를 맨 위에 올렸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는 이 ‘내간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죽음의 안팎을 완성해가고 있던 것이다. 어떠한 감상적인 끼임 하나 없이 말끔한 ‘죽음’의 관념들 속에서 진중한 가벼움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모래장
지붕
늪의 내간체를 얻다
절벽
개울은 그렇게 셈해졌다
소리족
목성과의 대화
소리책
죽은 사람도 늙어간다
미안하구나
눈물
갈대
스콜
비의 악기
비가 만드는 사면
자두밭 이발소
환승
소금장
붉은장
나무장
울란바트로 산동네, 성숙지구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하트갈에서 무렁 가는 길
마다가스카르 섬
푸르공

누선
검은 산 그리기
목성의 보호
달 가듯이

단풍잎들
단풍 기차
수평선
넓이와 깊이
떨림
흙탕물 웅덩이
저건 창이야
담쟁이 등
풀잎들은 언제 사랑하게 되는가
초롱꽃
다육식물
숨죽이기-생물계절학
생가
쓸쓸한 우물이다
적석목관분
슬픔의 식구

이끼 사원
말씀
신들의 높이
소나무라는 짐승
가구가 될 수 있었던 나무 스펑
무두웅
심해어
생선
로드킬

해설 죽음과 형식 권혁웅(문학평론가)

 

4~7세 두뇌 습관의 힘

자녀 양육과 교육은 모든 부모의 지대한 관심사이다. 관련 서적도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어떤 책이 나의 자녀와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추천을 받아서 읽긴 해야 하지만, 가능한 한 여러 책을 접하면서 나와 자녀에게 맞는 양육 방법과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을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책들을 통해 뇌의 인지와 사고 습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아이가 내년이면 4살이 된다는 조건이 맞아떨어져

hmna.tistory.com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자전적 작품이다. 인색한 아버지,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 알코올에 중독된 큰아들, 폐병에 걸린 작은아들로 구성된 가족의 모습은 불행해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좀먹듯 아버지의 가난에 대한 강박과 병적인 인색함은 두 아들을 그에게서 돌아서게 만들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해 메리를 모르핀중독자로 만들었다. 그녀는 다시 두 아들에게 상처를 줘 큰아들이 인생의 실패자, 알코올 중독자가 되게 만들고 작은아들은

uyhrsd.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