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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하지않는 디자이너


오늘부터는 일기를 더 열심히 쓰기로 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음미하고 싶기 때문이다.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기록하고 싶은 것뿐이지도 모르지만 (_064)《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를 읽으며 반쯤은 이해하고 반쯤은 이해하지 않았지만 ㅡ못한 게 아니라 이해하지 않았다ㅡ 그래도 Project라는 것을,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브랜드 오너의 입장으로 그러나 현재 나는 직원이기에 직원의 입장으로, 양면으로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생각과 대조해보느라 책을 다 읽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디자인과 리사이클링의 결합 형태로 D&DEPARTMENT PROJECT를 만든, 나가오카 겐메이의 8여년간의 경영일기를 한데 모은 것이다. 스텝을 뽑는 과정을 비롯해 함께한 직원이 그만두는 것, 면접, 회사가 커가는 과정 그리고 경영자의 생각들과 방향들이 짧고 간결한 글들로 이루어져있다.아무리 매력적인 숍의 콘셉트가 떠올라도, 매달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 된다. 돈을 빌려서 하나의 일을 시작하고, 돈을 써가면서 날마다 청구서를 받고, 부족한 돈을 보충하고, 새로움을 만들어간다. 단지 클라이언트에게 그래픽 일을 의뢰 받아서 만들던 때는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_359)그 동안 쌓아왔던 디자인 일들을 이불 접듯 포개 놓고 다른 방향으로 가려 한다.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잘 해낼 수 있을지 약간 걱정되기도 하지만 무엇을 하든 방향을 바꾼다는 것에 이 정도의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일년 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월 30-40만원 내외로 작은 공방 하나를 구하고 싶다.재료비와 월세는 유지할 만큼의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매일 고민하고 연구하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하얗고 하얀 작은 공방에 음악과 열 밖에 없는 공간. 그와 내가 대충 알파벳을 모아 걸어 놓고 매일 씨름해야 할 곳을 종종 상상하며 긴 시간을 보낸다.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무리한 짓은 많이 하는 편이 좋다. 뭔가 인생의 연륜 같은 것이 있다면, 시간이 흘러 뒤돌아볼 때 몇 개의 선만 유난히 짙은 순간, ‘그러고 보면 그땐 그랬지’라고 떠올리게 되는 순간은 대부분 무리한 짓을 했을 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_085)오래도록 마케팅 일을 한 그가 먼저 말한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몹시도 힘들 테고 익숙하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을 거라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프랜차이즈도 힘들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이다.안 힘든 적이 있었던가? 부자가 되겠다고 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꿈꾸고 그리는 꿈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하는 행위가 소모품처럼 녹아 드는 것이 아니라 임산부 양보 스티커를 돌렸을 때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싸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리는 Project는 잘 맞는다. 그를 포함해 바꿔주고 싶은 생각들, 그림, 캠페인 이외에 무궁무진하다.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브랜드는 없고 가격만 남는 브랜드가 아닌, 오래도록 결심을 유지하고 가지를 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그리고 그러기 위해 나는 한국에 돌아왔다.적당하게 팔려서 자사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와 확인해가면서 동시에, 선배의 걸작 위에 능숙하게 겹쳐질 수 있는 디자인 만들기에 몰두하면, 자연스럽게 기업은 자신을 확인해가면서 동시에 성장해갈 수 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지금의 기업 상품은 회사의 재산인 자신들의 과거 위에 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변덕스러운 소비자 위에 겹쳐 쌓여 있을 뿐이다. 그것을 브랜드라고 부를 수는 없다. (_223)《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을 읽으면서 Project M 만 단단해진 것은 아니다.현재 내 위치에 충실하면서 회사의 소속되어 있는 직원으로써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여러 번 반성했다. 얼마나 많이 흔들렸고 초심을 잃었는가. 왜 처음에 가진 의지를 긴 시간 유지하지 못했는가. 존중하고 존중 받는 자리에서, 더 농도 깊게 생각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과거의 실적만 말하면서, 지금 이나 미래 가 없는 사람이 정말로 많다고. 과거의 빛나는 실적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왠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사람. 마치 도움을 받고 싶다 고 말하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_305)
이 책은 일본의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가 자신의 long life design 철학을 다양한 비즈니스로 구현하며 느낀 8년간의 감상을 담고 있다. 버려진 중고품을 발굴하여 판매하는 D&DEPARTMENT PROJECT, 도시와 지역의 디자인을 함께 성장시키는 NIPPON PROJECT, 일본의 1960년대 제품을 리브랜딩하는 60VISION, 디자인계 거장들의 육성 인터뷰를 CD로 제작하는 VISION D VOICE 등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어느 한 분야로 묶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방대하고 전방위적이다.

D&DEPARTMENT PROJECT 매장에 그가 새롭게 만들어낸 물건은 없다. 그러나 버려진 물건 중 디자인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발굴하여 숍을 운영해나가는 일련의 과정과 그 발상 자체가 또 다른 차원의 디자인 작업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건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디자인인 셈이다.


시작하며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나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1999

12 01
호기심이 가는 물건을 욕실에 한꺼번에 모아두니,
그곳이 숍으로 보였다.
12 02
잡지 연재를 통해 우리 자신을 정리해가다.
12 03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웹숍을 시작하다.
12 05
사들인 상품이 디자인 사무실에 차고 넘친다.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00

03 08
잡지 연재가 사업계획서로 보이다.
03 25
회사는 또 하나의 가족, 그 의미 깊음.
05 08
‘미타d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에서, 에스프레소를 공부하다.
06 05
상품 구입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다.
08 23
혼고산초메-롯폰기-구혼부쓰. 어쨌든 여기에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09 15
좀더 쉬운 이름이 좋을 것 같다. ‘D&MA’라는 이름을 바꾸다.
10 22
콘셉트를 전하는 데, 일곱 점의 상품으로도 충분하다.
10 23
자, 오픈을 향해… 디자인 리사이클링 숍 탄생.
10 27
홍보의 중요성을 알게 되다.
11 24
시험 삼아 ‘시급 500엔도 괜찮아?’라고 하면
모두 돌아가던 것을 떠올리다.

2001

03 20
청춘이라는 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05 11
간판을 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진다.
06 04
무리한 짓을 많이 할수록,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06 16
계속 의논해왔던 ‘사람이 없는 2층에 카페를 만들자’라는 계획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모두와 함께 공유하다.

2002

02 06
‘여백이 있는 느낌’이라는 포인트에, 집착하다.
02 20
새로운 서비스의 가능성, 이웃에 사는 사람과의 연결.
03 01
‘어른스러움’이라는 즐거운 테마와 씨름하다.
03 07
전통 있는 찻집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거절당하다, 많은 것을 배우다.
03 09
못할 수도 있는 것을 하겠노라, 선언한 뒤
사람들이 비웃어도 힘차게 전진할 것.
03 19
‘그때 정말 멋지지 않았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04 04
‘테스트 기간’을 서로 인정하고 사람을 채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불가능하다.
04 06
경솔한 응모자가 이렇게 많다니. 열렬한 편지를 몇 장씩
덧붙이는 사람일수록 빨리 그만두는 것은 왜일까?
04 19
자신의 차에 사람을 태운다는 것.
04 24
회사에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되는 밸런스가 있다.
05 08
인테리어에 쓸 돈이 없다면 분위기 있는 건물을 빌릴 것.
07 04
이용할 수 없는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08 02
돈을 내더라도 참가하고 싶은 회원 서비스라는 건 뭘까.
08 17
왜 오사카에 지점을 내는지 사업적인 이유 이외의 것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08 20
오사카점을 만드는 데 새롭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을 사용한다.
그 하나가 건물.
08 31
이런 출발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09 17
더러워진 바닥을 어떻게 할까, 깨끗해질 때까지 닦을까, 페인트로 칠할까.
10 04
결국, 노력하는 스태프에게 힘을 얻는다.
12 11
‘생각하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을 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2003

01 05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수 없으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02 04
복고 붐에 화가 난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혼자 힘으로 달릴 수 있는 의지와 각오가 필요하다.
04 21
‘깨끗하게 한다’는 것에는 센스가 필요하다.
05 17
‘전에는 아무도 달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런 각오가 없으면 새로운 것은 불가능하다.
05 31
‘없어지기’ 전에 그 의미와 생각을 알 수 있다면….
08 07
일하는 곳에 자신의 마음을 살게 하고 있는가.
08 14
‘그때를 기록한다’는 상품을 생각한 것은 좋았지만….
08 31
디자인을 상품으로 하는 장사라면,
디자인 상을 수상할 정도의 설득력이 필요하다.
12 11
왜 연하장을 보내는가,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12 15
‘60VISION에서 배운 것. 기업이란, 사람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2004

04 21
‘다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06 04
성장을 위해서는 ‘기초’가 필요하다.
07 15
스태프가 무리를 해서 달성한 일은 칭찬해주고 싶다.
07 21
주주총회가 열린다면 뭐라고들 이야기할까.

2005

03 28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는가.
04 07
책을 읽다가 관심이 가는 부분에는 밑줄을 긋는다.
05 24
좋은 상품이 있다고 좋은 숍이 되는 것은 아니다.
12 28
좋은 숍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우선 정리정돈.

2006

02 06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미흡하다’는 관점에서 보는 것.
03 11
개인적으로 ‘숍을 하고 싶다’라고 하는 기분은,
확실히 사회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싶다.
03 14
또, 스태프가 그만둔다. 그러나 그것은 숍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03 15
‘좋은’ 일과 ‘좋은’ 숍.
03 29
일본의 ‘일반적인 것’ 중에 ‘셀레브리티’ 같은 것은 없다.
04 13
‘RECYCLE MUJI를 하며 깨달은 것.
일이 훌륭하게 되려면 깊은 관계가 필요하다.
04 25
‘어이, 너, 혹시 좋은 디자인인 거야?’
06 17
습관적으로 ‘수고했습니다’라는 인사는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07 03
‘버리지 않는다’는 가치의 기분 좋음.
08 07
꼼데가르송을 동경하고, 꼼데가르송을 팔게 되고…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10 16
‘지금’ 빛나고 있는 사람은 ‘과거’를 이야기할 겨를이 없지 않을까.
11 30
‘회사가 말이야…’의 ‘회사’라는 건 무엇인가.

2007

01 04
D&DEPARTMENT를 일본 전역에 만들려면,
‘멋진 것’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인 규칙이다.
01 06
일본의 디자인을 한 단계 향상시키는 다점포 전개.
04 02
팬을 만든다는 것에 대하여.
05 21
우리가 왜 프랜차이즈 제안을 거절해왔는가.
05 31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06 20
내 나이 여든이 되었을 때, 나의 숍과 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고마워’라고 말하고 싶다.
06 21
의욕이 없는 스태프와 일을 할 정도의 여유는 없다.
07 08
단기적인 관점으로 세상사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07 14
좋은 회사는, 스태프와 사장이 연결되어 있다.
09 20
‘상품’은 단지 ‘상품’이 아니라, 책임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10 01
디자인에는 안배가 필요하다.
10 06
히노 씨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를 사용한다는 책임과 의미.
11 08
평생 같은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12 09
이자와 씨, 요시다 씨, 고맙습니다.

마치며
정말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