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지인이 있었다. 왜 그 어려운 낙타바늘구멍을 목표로 삼았냐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그저 미소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그녀의 이름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지만 나는 안다. 그녀가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을. 어디선가.글이란 그런 것이다. 한번 미치면 헤어날 수 없는 것.당선된 이 신예작가들도 쓰지 않으면 미치는 나날들 속에서 뽑아낸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너무 문학적이라 재미없게 느껴지던 신춘문예가 변하고 있다. 정말 글들이 재미있어지고 있으며 깜짝깜짝 놀랄만큼 숙성된 느낌을 주는 글들이 많아졌다. 특히 2009년작은 아주 흥미롭다.핀란드에서는 정말 자일리톨 껌을 씹을까 -경인일보 이연희-한 작가의 글만 2번, 3번 다시 읽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이 긴 제목의 글은 어딘가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닮았다. 하지만 다르다.반짝반짝이 캐릭터관계의 무거움을 최대한 묽게 가져가려고 애쓰면서 겉핧기를 했다면,<핀란드...>는 훨씬 도발적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벌써 반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직설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남편과 남편의 애인의 행태를.48평.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그 공간 속에서 3명이 서로를 응시하며 살아내고 있다.이해하듯, 무관심하듯, 그러나 관찰하듯.3명의 시선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모른 척하면서.오대독자의 죽어버린 시어머니, 바람기 있는 남편을,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하며 살아온 무미건조한 여자인 엄마도, 친절하고 돈 많지만 남자애인을 갈아치우는 취미를 가진 남편도,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남자인 남편의 지금 애인도, 이들 모두 살아있는 사람같지는 않다. 작가의 대담한 표현과는 달리 그들의 입으로는 무언가를 토해내질 않는다. 그 물과 기름같은 상태가 미묘함을 빚어낸다. 그래서 이 작품을 소되새김질하듯 씹고 또 곱씹어 보았다.그가 떠나도 남편은 새 파트너를 얻는다.남편에게 과연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아내에게서도, 애인에게서도 찾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일까. 남편은 애인을 끼고 살면서도 아내는 구멍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그들의 삶은 어딘지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상처받거나 일그러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묘하게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무엇때문에? 삶이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나는 이 작품을 한 번 더 읽어야겠다. 무엇을 말하는지 다시금 찾아봐야겠다.2009년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정말 재미있다. 파고들게 만든다.
2009년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전국의 일간지 모집, 신춘문예에 당선된 14편의 소설을 한데 모았인간이 존재하는 한 소설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신념을 공유하고 있을 새내기들의 작품은 소설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겐 그 시대의 문학적 유풍과 삶의 환경을 스케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작가 지망생에게는 유용한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예리한 심사평을 참고 삼아 이들 신예작가들의 역할과 활동이, 침체된 소설 문단을 견인하는 새 동력제가 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경인일보 - 이연희 - 핀란드에서는 정말 자일리톨을 씹을까
경향신문 - 현진현 - 글렌 굴드 이야기
국제신문 - 김성문 - 모던 에덴
대구매일 - 김은아 - 탱고
동아일보 - 이동욱 - 여우의 빛
무등일보 - 이수진 - 원초적 취미
문화일보 - 황지운 - 안녕, 피터
부산일보 - 김숙희 - 보리수 여인숙
세계일보 - 박화영 - 공터
전남일보 - 노혜옥 - 견착
조선일보 - 채현선 - 아칸소스테가
중앙일보 - 김성중 - 내 의자를 돌려 주세요
한국일보 - 김금희 - 너의 도큐멘트
한라일보 - 선영동 - 꽃감관